TOUCH, Gallery46 X ISKAI Art
TOUCH 전시는 팬더믹 이래, 최근까지 금기시되고 기피되었던 ‘터치(Touch)’의 미학을 이야기하는 기획전이다. 세계를 휩쓴 전염 바이러스에 의해 일상에서의 모든 접촉이 기록되고 추적당했을 때 터치스크린은 단절된 세상과의 유일한 소통과 교류의 수단이 되었다.
세계인의 일부는 갑작스러운 일상생활의 단절로 인해 자연을 가까이에서 느끼고 만질 수 있게 되어 여유를 찾기도 했을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 사람은 팬더믹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이 줄어든 ‘사회적 거리’가 제한된 일상과 폐쇄된 공간에서 고통을 겪어야 했다.
이번 전시는 절실히 깨달은 Joie de vivre, 즉 기존에 누리던 삶의 기쁨을 되찾자는 의미로 기획됐다. 여러 차례의 록 다운을 겪으며 생긴 상실감과 높아진 인식을 피할 수 없었기에, 우리는 이 전시를 통해 잊고 있던 기억을 되살리는 것은 물론, 전보다 더 확장된 감각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전시에 참여한 작가들은 함량 높은 작품으로 ‘반복을 통한 터치’의 다채로운 재미를 선사할 것이다. 예술은 사회, 환경, 문화와 공명하는 유기적 표현 수단이다. TOUCH 전시는 다채로운 작품들로 이 시대를 정면으로 직시하고, 현대인의 실수를 인지하며, 더 나은 미래로 나아가자는 예술적 다짐이기도 하다.
“예술은 사회, 환경, 문화와 공명하는 유기적 표현 수단입니다. 관객은 이번 터치 전시를 통해 펜더믹의 억눌림과 아픔은 물론, 다시 세상을 곁에서 마주하고 누릴 수 있는 친밀감을 공유하게 될 것입니다.”
김승민 큐레이터
고상우의 ‘샹그릴라’는 멸종 위기에 처한 동물을 다룬 ‘진화’ 시리즈에 포함된 작품이다. 눈 주변을 채운 분홍색 하트 무늬는 초현실적이고, 섬세한 표현은 실제 고릴라의 사진을 보는 듯 사실적이다. 그야말로 사진을 그림으로 만드는 작업. 붓질 하나하나에 정성을 가득 담아 완성했다.
‘한쪽 눈을 그리는 데만 며칠이 걸렸어요.” 고상우 작가가 ‘샹그릴라’를 설명했다. “빌보드 크기로 확대시켜도 픽셀이 깨지지 않죠”. 털이 있는 생명체를 만지면, 느낄 수 있는 부드러움에서 생물이 살아 숨 쉬는 것을 확연히 느낄 수 있듯이, ‘샹그릴라’는 숨결을 느끼지 못하면 생명의 부드러움도 사라진다는 감상을 전한다.
본 전시에서 의미하는 ‘터치’의 의미는 새로운 시공간으로 확장된다. 악셀 보이드(Axel Void)는 스페인에서 나고 자라, 베를린에서의 작가로서 활동했으며, 현재는 마이애미를 기반으로 세계 각지를 누비며 자신만의 작품을 펼치는 작가다. 특히 대형 작품을 즐긴다. ‘러브’를 보면 알 수 있듯, 강렬한 색채와 고전적 회화 그리고 그라피티의 전통적인 품격까지 두루 갖췄다. 동시대적으로 함량 높은 방식의 예술. 그의 ‘사랑’ 시리즈는 펜데믹처럼 타인과 가까워질 때 느끼는 고통과 강렬함을 이야기한다. 전시장에는 그의 가족 초상화와 함께 전시될 예정이며, 작가로서의 의도가 더욱 폭발할 것이다.
죠이 마덴 (Zoë Marden)의 작품 ‘ Tonguing*'(터깅) 은 최근 마스크로 가리느라 타인에게 보이지 않던 입안 근육에 대한 탐구다. 그는 이번 전시를 위해 에로틱하고 세속적인 것을 상징하는 재료를 사용해 설치물을 선보일 예정이다. 라텍스 커튼은 관객을 친밀한 사람과 만나는 공간으로의 초대다. 이 전시를 위해 만들어진 그녀의 그림들은 대중문화의 상징적인 키스에 경의를 표한다. (사라 미셸 겔러 와 셀마 블레어 사이의 천천히 침을 흘리며 첫 키스를 가르쳐주던 장면부터 데미 무어와 패트릭 스웨이지의 혼령 키스에 이르기까지) 그녀의 멀티미디어 설치 작품은 우리가 지난 1년 동안 갈망해 온 욕망과 연결된 풍경을 구성한다.
*터깅은 Tongue 혀에서 나온 “혀놀림” 이란 뜻
빠키(Vvaki)의 작품은 춤추는 색, 말하는 키네틱 조각품 그리고 관객이 자유롭게 앉을 수 있는 쿠션으로 구성된 공간을 꽉 채운 작품이다. 그래픽 이미지를 시작으로, 인터렉티브 미디어, 공간 및 사운드 등까지. 장르에 구애받지 않고 작품 활동을 펼쳤다.
사물이 정해진 공간 안에서의 에너지에 관심을 기울인다는 건, 그녀의 작업이 전시 안에서 다른 영역까지 진출해 전시장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면 어떨지 상상하게 할 만큼 강렬하다. 빠키는 사물이 가진 기능의 순환에 주목했고, 그녀는 자신을 둘러싼 사물을 자신만의 언어로 변환해 예술 작품에 담았다. 이번 전시에서 그녀의 작품은 전시장의 반을 차지하는 공간에서 또 다른 공간으로의 접촉을 시도하는 셈이다.
리경(Ligyung)은 비물질, 특히 빛의 특성을 바탕에 둔 스타일에 관한 예술 실험을 오랜 시간 이어왔다. 광원(光源)에 연구하기도, 시작과 끝을 알 수 없도록 빛을 이용한 공간을 선보이기도 한다. 그는 이번 전시에서 빛을 물질로 만든다. 천연 자개를 엄선했고, 세심하게 가공해, 얇은 줄로 세공한 작품의 빛은 자연광처럼 형형하다. ‘어둠’을 아는 사람은 빛을 만질 수 있음을 알고, 이 작품을 더 크게 체감할 것이다. 작품(substance)이 발산하는 자연스러운 빛에서 우리는 어둠을 지나. 빛에 닿는 존재라는 사실을, 희망을 상기시킨다.
김하영의 작품을 통해 우리는 색의 예술적 불협화음이 눈에 띈다. 그 화음은 우리 세계로 비유하면 현대 기술과 과학이 인간의 감정에 끼치는 영향에 대한 서사이기도 하다. 마치 게임 캐릭터처럼 그 인물들이 서로 엉키고 합쳐지며 그림 안에서 흩어지는 듯하다. 김하영은 냉철하고 합리적인 거대한 게임 같은 세상에서 생성되는 연약한 감정을 다루고 싶었다고 한다. 그런 감정이 그림에 표현되어 생동하는 듯하다. 세상에서 상처받기 쉬운 감정이 새로이 창조되는 예술적 신화라고 말하면 꿈보다 해몽일까.
영국 왕립예술대학에서 세라믹 아트 석사를 취득함 미미정 작가의 작업은 상황과 관계를 다룬다. 점토나 유리의 결합을 넘어 일상 속에서 발견한 고무줄, 뜨개질 양모, 실크 실, 바늘 상자, 자선 상점에서 발견되는 물건, 자연 또는 사람과 대화를 통해 얻은 재료 등을 폭넓게 활용한다. 최근 작가는 미국 작가 리처드 브라우티건의 단편 소설 ‘In Watermelon Sugar’을 기반으로 한 조각 작품을 제작하였다. 미미정 작가는 왕립 조각가 협회(Royal Society of Sculptors)의 회원이며 캐나다 밴프 아트 센터에서 아티스트 인 레지던스 프로그램을 완료하기도 하였다. 그녀는 또한 한국, 영국, 웨일즈 및 기타 국가에서 다양한 예술 후원과 커미션을 받기도 하며 폭넓게 활동 중이다.
<TOUCH>는 지식을 ‘만지고’ 전파하는 전통적인 방법인 판화의 반복성도 주목한다. 수없이 생성되는 인터넷 세상과 달리 판화는 엄선된 복제와 예상치 못한 찰나가 만나 완성된, 아방가르드적 기법이다.
크리스티나 찬(Kristina Chan)과 조조 빌라스 (João Villas)는 유수의 수상 경력이 있는 작가들로, 자신의 작품뿐 아니라 다른 예술가를 위한 판화 공방 Plaintiff Press를 설립하기도 했다. 조조 빌라스의 석판화 속 점처럼 보이는 표현 기법은 관객에게 세계의 구성원인 인간처럼 보이기도 할 것이다. 전시 속 관객들은 뿌연 풍경 속 점들에 가까이 가다가 확대경을 ‘터치’하면 사람의 형상을 한 그 개체를 발견한다. 크리스티나 찬의 동굴은 팬데믹 기간 동안 중단된 감각을 극대화하고 남아프리카를 리서치하며 동굴 속에서 느낀 지질학적이고 인간의 공명을 표현한 작품이다. 루브르 박물관, 테이트 미술관에 전시되었던 여러 작품이 이번 터치 전시에 한 곳에 모인다. 그녀의 작품에 대한 깊이 있는 통찰력과 함량 높은 작품은 전시의 색다르게 완성할 것이다.
<TOUCH>는 지식을 ‘만지고’ 전파하는 전통적인 방법인 판화의 반복성도 주목한다. 수없이 생성되는 인터넷 세상과 달리 판화는 엄선된 복제와 예상치 못한 찰나가 만나 완성된, 아방가르드적 기법이다.
크리스티나 찬(Kristina Chan)과 조조 빌라스 (João Villas)는 유수의 수상 경력이 있는 작가들로, 자신의 작품뿐 아니라 다른 예술가를 위한 판화 공방 Plaintiff Press를 설립하기도 했다. 조조 빌라스의 석판화 속 점처럼 보이는 표현 기법은 관객에게 세계의 구성원인 인간처럼 보이기도 할 것이다. 전시 속 관객들은 뿌연 풍경 속 점들에 가까이 가다가 확대경을 ‘터치’하면 사람의 형상을 한 그 개체를 발견한다. 크리스티나 찬의 동굴은 팬데믹 기간 동안 중단된 감각을 극대화하고 남아프리카를 리서치하며 동굴 속에서 느낀 지질학적이고 인간의 공명을 표현한 작품이다. 루브르 박물관, 테이트 미술관에 전시되었던 여러 작품이 이번 터치 전시에 한 곳에 모인다. 그녀의 작품에 대한 깊이 있는 통찰력과 함량 높은 작품은 전시의 색다르게 완성할 것이다.
정하눅은 복잡하게 얽혀 보이는 세계를 재조명한다. 일상의 반복성에 주목해, 이를 작품에 투영한다. 그의 <Colourscape> 시리즈는, 색으로 완성한 풍경으로 보일 수 있다. 이 시리즈의 각 작품은 칼 시강(Carl Sagan)의 챕터 Cosmos의 이름에서 따왔다. ‘Colourscape-세계의 조화’와 ‘Colorscape-The Shores of the Cosmic Ocean’의 두 작품은 런던에서 그가 코스모스 책에서 얻은 느낌과 지각을 시각적으로 번역했고, 이는 작품을 읽는 또 다른 해석이다. 물리학자에게 촉각은 전자기적 상호 작용이고, 정하눅 작가에게 그림을 그리는 행위는, 주변과 터치하며 반복성을 찾고 이론화하는 것이기도 하다.
이상용 작가는 수집한 재료를 조각품에 더한다. 자연스럽게 이번 전시의 주제인 ‘터치’가 담겼다. 그의 터치는 결코 가볍지 않은 시공간을 누비는 일이다. 이상용은 지금까지 수백 개의 벼루에 그림을 새겼다. 문방사우 중 하나인 벼루는 산에서 채집한 돌로 만든 것으로, 역사적으로 학자들과 평생을 함께한 물품이기도 하다. 어쩌면 벼루에 먹을 갈고, 그 위에 이야기를 새기는 건 이상용에게 숙명일지 모를 일. 펜데믹 이후 이상용은 한국의 해안선을 여행하며 수집한 낡은 목판과 기존 채집한 목판 위에 그림을 그렸다. 긴 세월 동안 풍화를 거친 목판은 바위처럼 단단하다. 작가는 그 표현을 매끄럽게 다듬고, 여러 겹의 페인트를 바른 뒤, ‘세월과 그의 손길’이라는 작품으로 심포니를 완성했다.
마지막 전시관은 전시에 참여한 아티스트들을 응원하고 지지하는 K-코스메틱 젤 네일 브랜드 ‘SSKETCH(스케치)’의 런칭을 기념하는 공간이다. SSKETCH는 손끝으로, 창의적 협업 및 예술적 노력을 통해 ‘터치’를 재발견하는 브랜드로 허동욱의 사진과 코시모(Cosimo)가 첫 컬렉션에 영감을 준 12명 뮤즈를 찍은 사진 작품들을 전시한다. 또한, 네일 컬렉션 디자인에 참여한 12명의 뮤즈 중 유지현의 ‘스케치 탄생 작품’ 이 전시실을 채울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