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매일 김정애 기자] 청주시 흥덕구 유네스코 국제기록유산센터(사무총장 조윤명)는 개관기념 특별전을 공모해 선정된 ‘세계기록유산, 인류의 빛이 되다’를 내년 6월 28일까지 전시한다.
특별전 공모에 선정된 김승민 전시기획자(슬리퍼스 써밋 대표)는 개관 특별전 총감독을 맡아 전시의 화두를 ‘빛’에 두었다.
‘세계기록유산, 인류의 빛이 되다’ 전시는 인류의 기억이 담긴 세계기록유산을 통해 과거의 교훈을 탐구하고, 미래를 위한 영감과 깨달음을 얻을수 있는 특별한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에 주안점을 두었다.
김 감독은 “과거의 기록이 중요하고 의미가 있지만, 기록이 갖고있는 내용은 방대하고 많은 배경적 지식을 요구하기에 이를 이해하기 쉽지 않다”며 “다소 낯설게 느껴질 수 있는 세계기록유산을 미디어 시대를 상징하는 ‘빛’에 비유하고 반영해 어둠 속에서 밝게 보일 ‘영상’이라는 매체를 통해 구현했다”고 밝혔다.
전시의 전체 구성은 기록유산센터 2층에 5개의 공간으로 이뤄져 있다. 첫 번째 공간의 주제는 어두운 통로를 지나 마주하는 ‘어둠을 밝히는 빛’이다. 천체의 현상을 경외심 속에 관찰하고 기록한 고대 인류의 흔적을 현대적 세계관으로 재해석한 조민상 작가의 작품 ‘별의 궤적’이 함께 한다.
이 공간에서는 어둠 속에 있던 인류에게 빛이 되어준 세계기록유산을 만날 수 있다. 세상에 대한 두려움, 무지, 세상과의 단절 속에서 살아가던 우리는 사람과 세계에 대해 이해하고 공유하기 위해 기록을 남겨왔고, 그 과정에서 남겨진 세계기록유산은 인류 역사 속에서 어둠을 밝힌 빛과 같은 역할을 했다. 현존 최초의 문자인 설형문자부터 세상을 바꾼 코페르니쿠스의 지동설에 이르기까지 과거 인류의 지혜와 깨달음이 담긴 세계기록유산을 알아볼 수 있다.
두 번째 공간인 ‘변화하는 매체의 빛’에서는 대륙 간, 문명 간에 서로 다른 기록의 행위와 흔적의 유산들을 산수화라는 동양적 세계관으로 재구성한 이이남 작가의 ‘기억되는 산수’와 함께 과거의 기록과 현재의 기록이 어떻게 서로 연결돼 있는지 보여준다.
기록은 우리 주변에서 흔히 접할 수 있던 점토, 잎사귀, 동물 뼈, 나무 등에 남기는 것을 시작으로 자신의 메시지를 보다 자세하고 사실적이며 생동감 있게 전달하는 방식으로 변화했다. 이 공간에서는 각도에 따라 다양한 색을 보여주는 빛의 모습처럼 기억을 담는 매체로써 다양한 형태를 가지고 있는 세계기록유산을 보여준다.
세 번째 공간인 ‘빛과 기억의 저장소’에서는 각기 다른 시간과 공간에서 만들어진 세계기록유산이 가상 공간에서 만나 하나의 작품으로 만들어진다. 영국에서 활동하는 캐나다 미디어아티스트 쌔미리(Sammy Lee) 작가는 작품 ‘고문서 풍요의 보고’에서 게임엔진과 두뇌학 등 다양한 학문을 바탕으로 작가의 상상력과 리서치를 활용해 불꽃놀이처럼 화면에 울려 퍼지는 대형 이미지 영상을 구현했다. 유산의 이미지와 사운드가 기발한 불꽃놀이와 같은 빛을 통해 화면에 울려 퍼지며 풍요의 뿔에서 나오는 수확의 느낌을 탐색하고 기념한다.
네 번째 공간 ‘희망의 빛’에서는 유네스코 창립목적인 ‘자유와 인권, ’국제사회의 협력‘, 그리고 ’평화와 안전‘을 담고 있는 대표적인 세계기록유산을 만날 수 있다. 빛이 있으면 어둠이 있듯이 인류의 역사도 영광의 순간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이 공간에서 만나게 될 세계기록유산들은 바로 그러한 순간과 인류의 노력을 보여준다.
마지막 공간 ‘미래의 빛’은 빛으로 가득 채워진 공간이기도 하고, 관람객의 기록으로 채워질 공간이다. 관람객에게 개인적인 사유와 전시 참여의 시간을 제공하면서 전시에 대한 감상이나 개인적 기록을 남기면 그것을 다시 전시하는 형식으로 이뤄져 세계기록유산과 함께 다른 이에게 빛으로 남을 수 있도록 구성됐다.
이 공간에는 오민수 작가의 ‘산수유람’이 함께 전시된다. ‘산수유람’은 작가가 주로 작품활동하는 제주의 실경을 재구성해 만든 이상향의 공간이다. 이 공간에 정조의 화성행차 장면인 ‘화성능행도병’을 시각의 산수도(山水圖)로 재구성해 현대의 인물들과 어우러져 시공간을 뛰어넘는 의궤의 형상을 구성했다. 이 작품은 스마트폰으로 전시장 벽면의 QR코드를 비추면 인스타그램 AR카메라가 실행되고, 얼굴을 비추면 증강현실 체험을 할 수 있다. 관객이 작품 속 주인공이 돼 스토리에 사진을 올리고 사람들과 공유할 수 있다.
김 감독은 “참여 작가들이 세계적으로 명성 있는 작가들이다. 작업 일정이 바쁜 와중에도 직지와 유네스코 기록관이라는 공적인 영역의 공간이라는 점에서 전시에 선뜻 참여해준 작가들에게 감사한다. 참여 작가들의 귀한 작품전시에 많은 관람객이 함께 해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전시를 기획한 김승민 총감독은 영국왕립예술학교에서 동시대미술 큐레이팅 철학박사 학위를 받고 유네스코본부 한국 뉴미디어 전시기획(파리)을 비롯해 한영수교 130주년 계기 ‘어느 노병의 이야기’, 대통령 영국국빈방문 기념 유럽최대 한국박람회 ‘크리스탈라이즈’전, 2016년 직지코리아 국제페스티벌 주제전 ‘직지, 금빛 씨앗’(청주) 등 20여 년간 다수의 전시기획을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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