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 타워브릿지가 바라보이는 템즈 강변의 고풍스러운 건물. 올드빌링스게이트 (Old Billingsgate)라는 빅토리아 시대의 건물을 개조한 전시장에서 2013년 11월 4일부터 11월 16일 까지 KBEE (한국 브랜드 엔터테인먼트 박람회)가 개최되었다. 이 고풍스러운 벽돌건물에 들어서면 이 곳이 백여년전에 런던 최대 수산시장터였다는 것이 믿겨지지가 않는다. 특히 지하에 있는 엄청난 규모의 ‘빙고’는 종교적인 엄숙함을 합창하듯 중세시대의 카타콤(지하무덤)을 연상시킨다. 이 지하공간에서 박람회를 기념하는 특별전시가 개최되어었는데 그 전시가 바로 ” 크리스탈라이즈전(Crystallize – New Media Art Lab UK & Korea)”이다.
백여년전 런던의 최대 수산시장이었던 이 고풍스런 건물은 지상3층과 지하1층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런데 특히 지하층의 건축양식은 궁릉이라고 하는 볼트구조로 둥근 아치형의 천장이 받치고 있는 광대한 공간을 형성하고 있는데, 이 공간에 들어서는 순간 중세 시대 속으로 걸어 들어서는 착각을 일으킨다. 순간, 내 뇌리를 스치고 지나가는 영감이 있었다. 즉 과거로부터 흘러와서 미래로 흘러가는 무한의 시간이 깊은 비밀처럼 숨겨져 있는, 그 비밀의 문을 열리기를 바라는 이 공간에서 창조산업의 “뿌리로서의 예술’을표현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시의 목적과 주제가 동일했다. 즉 미래를 예견하는 예술가의 상상력, 예술과 과학의 역학관계, 그리고 새롭게 정의 되거 있는 창조산업의 소프트파워였다.
그리하여 탄생 된 전시 기획은 한국의 선구적 “브랜드” 처럼 인지되는 백남준으로 서두를 열었다.
1974년에 이미 “전자 초고속도로(electronic superhighway)”를 처음으로 언급하며 당시로서는 생소한 개념으로 인터넷 시대를 예언했던 백남준의 선지적인 천재성. 전위적인 아티스트였던 그의 선구적 실험정신을 테마로 국제적으로 활동하는 명성 있는 한영의 작가들과 실험적인 작품으로 도약하고 있는 작가가 주축이 된 이번 전시는 미디아 전시에 완벽하게 어울리는 광활한 암흑의 지하공간에서 펼쳐졌다. 필자는 전시장과 무대, 실험실이 복합된 예술 전시인 이번 전시 기획을 하면서 리버풀의 FACT (Foundation for Art & Creative Technology) 의 관장이자 미디어 아트 권위자인 마이크 스텁교수 (리버풀대학)의 자문을 받았다. 전시에는 백남준의 작품을 비롯해, 셈 미치, 데이브 린치, 데이비드 오글, 지나 짜스키, 김기라, 김아영, 박제성, 이이남, 전상언, 테리김 등 16팀이 참여했다.
전시회는 “크리스탈라이즈”라 이름 지었다. 수정이 결정되는 과정이란 이름이 뜻하듯, 이번 전시회의 주제는창조경제의 기본이 되는 상상력, 기술력, 예술성을 중심으로 탄생되는 다양한 미디어 작품을 중심으로 구성되었다. 그 선두에는 한국의 선구적 브랜드인 백남준를 전시했다. 40년전 세계 그 누구보다 “전자 초고속도로”라는 표어를 처음 쓴 백남준은 인터넷과 텔레비전 방송의 파급력을 예견하며 전위적 블록버스터 아티스트로서 세계적인 명성을 갖고 있다. 이번 전시는 백남준이 1977년 주관한 제 6회 독일 카셀 도큐멘타에서 최초로 예술가들이 위성방송을 시도해 생중계한 작품을 전시했다. 백남준, 요셉 보이즈, 샬롯 무어만, 더글라스 데이비스이 진행한 퍼포먼스는 25개국 이상의 나라로 전송되었던 중계를 녹화한 이 작품은 “위성 퍼포먼스 1977”로 불린다.
개념적으로 진화한 작품으로서 국적을 넘는 작가들간의 예술적 협력, 전위적인 실험정신을 표방하는 작품을 함축적으로 보여주기 위해 부른 작품이 또 있다. 김경 작가와 다니엘 루크(Daniel Rourke)가 한 팀이 되어서 3년째 진행 중인 ‘그리치’ 가라오케는 우리가 흔히 쓰는 유투브, 스카이프 등 포탈을 이용해 미국, 한국 등 여러 나라를 연결해 진행하는 노래방 퍼포먼스이다. 발전된 기술을 통해 퍼포먼스에 관객을 참여하게 함으로써, 예술가와 관객의 차별성을 좁히고, 단순히 노래를 부르는 가라오케의 개념을 넘어서 새로운 노래, 새로운 정보 교환수단, 새로운 경험 등 이색적인 방식과 개념을 전달하고자 하는것이었다.
좀 더 생활 깊숙히 들어와있는 매체를 활용한 작품들도 조명했다. 처음 전시장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김테리 작가의 스크린 솔루션 작품을 통과해야한다. 녹색 조명 속 숨겨진 카메라에서 동시간대에 촬영된 들어오는이의 얼굴이 스크린에 프로젝션이되어 보여지기도 하고 지그재그로 뻗은 스크린은 자동차 페인트, 회의실의 유리를 이용한 DIY적인 설치작품이다. 테리김은 첨단기술과 사회적 공간의 구성과 그들의 움직임에 대한 통제 효과를 표현하고자 했다. 작가는 “병원, 공항, 대중 교통과 같은 사회적 공간의 감시와 주체와 객체의 관계가 중요하게 여겨지는 때에, 사람들의 표현을 강조하고, 의식의 한계를 증명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전시의 시작이 김테리의 조명이라면 전시의 끝은 데이비드 오글의 레이져방이었다. 레이져를 통해서 데이비드는 자신의 디자인을 입체적인 공간에 조각으로 바꿨다.
김테리의 작품에 사용된 조명과 스크린 뒤로까지 박제성의 영상이 빛을 흘릴 수 있도록 의도적으로 배치했다. 박제성(Je Baak)작가의 비디오 작품은 칠흙 같은 어둠 속 화려한 야간등이 켜진 놀이기구를 재조합해 마치 신비한 우주의 미생물체 처럼 반복적으로 움직이며 기계소리 같기도, 음악 소리 같기도 한 소리가 관객을 최면에 빠져 들게 한다. 작가는, 인간의 쾌락과 공포가 동시에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을 이야기하며, 놀이기구와 같은 화면의 물체가 천천히 그리고 다시 빠르게 움직이는 과정은 환희를 느끼며 동시에 불안함 또한 느끼게 해준다.
김수희 작가의 ‘Text Meaning Image’는 아이패드 10개로 이루워진 작품이다. 높은 작품대에 올려져 반원형태로 설치되었다. 글자를 읽으며 작가의 생각을 이해하려는 관객의 시각을 설명한다. 시간이 흐르며 관객이 글자를 읽을 수록, 이해 할 수 없는 글자들은 사라져간다. 혹시 이해할 수 있는 단어가 있다 하더라도, 그 문장과 단락 안에서는 무의미한 내용이며, 그 단어들 또한 사라진다. 마침내, 관객들이 알아 볼 수 있는 단어들이 남게 되지만, 많은 여백이 있는 페이지의 단어들은 의미가 통하지 않는다. 그것들은 마치 의미를 전달하기 위해 표현되는 방식으로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진정한 형태나 언어의 우월성이 없는 것처럼, 점점 추상화 이미지에 가까워 진다.
이이남 작가의 디지털 병풍은 IT와 전통을 접목하여 나비, 새, 물고기 등의 섬세한 움직임을 표현하였으며 한국적인 작품이면서 세계의 문화아이콘을 접목하여 주목을 받았다. 다양한 스크린을 이용한 멀티채널 작품 중 또 하나는 김아영의 “돌아와요 부산항에 작품이었다. 김아영은 자료 조사를 기반으로 하여, 과거에 일어났던 특정한 사건들은 작품을 통하여 다시 등장하고 기억하게하는 작업으로 88 서울올림픽때 실제 지인의 일화를 바탕으로 사건의 이미지를 재구성하고, 시각적 에너지를 불어 넣는다. 3채널 스크린을 9미터 너비의 화면으로 구현해서 펼쳐지는 뮤직비디오와 같은 화면을 바라보면 발전 속 잊혀져있는 우리의 모습을 환기하게된다.
확장된 영화와 다큐멘터리 선상에서 이해되는 미디어아트 작품으로는 김아영의 “돌아와요 부산항에” 외에도 폴 설리반의 “누들바”가 있었다. 폴 설리반은 실제로 2008년과 2009년 사이 영국 리버풀의 스타틱 겔러리에서 프랑스 화가 에드워드 마네의 “폴리베르제르의 술집” 그림에서 착안한 프로젝트를 진행했는데, 이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모니터를 통해 보여줬다. 겔러리에 누들바를 만들고 영국에 거주하는 한국 가족이 누들바를 경영토록 해서 퍼포먼스적 설치미술 “누들 바”를 영상화했다. 세계화 속 이민정책과 복잡한 감정 등을 작품을 통해 표현한 프로젝트를 영상을 통해 만날 수 있다.
퍼포먼스와 설치, 영상을 넘나드는 작가들로는 김기라, 샘 미취, 데이브 린치, 데이비드 오글이 있었다. 평면, 영상, 설치 미술 등 다양한 매체를 넘나들며 일반적인 통념을 뛰어넘어 신선한 작품을 선보여 온 김기라의 3가지 영상은 카메라에 줄을 매달아 손에 들고 일본, 중국, 한국의 번화가를 끌고다니면서, 29층의 빌딩에서 혹은 다리 위에서 던져서 촬영한 영상은 촬영 자본주의 사회의 이슈나, 사회 비평적인 주제와 같은 심각할 수 있는 내용을 친밀함과 그만의 특유의 유머러스함으로 풀어내고 있다. 이번에는 영상작품이 부서진 카메라와 같이 전시가 되었다.
샘 미치는 디지털 이미지와 직물의 유사점을 가정용 니팅 기계를 사용하여 표현했는데, 니팅 기계에 펀치카드를 넣어 만든 직물 목도리를 스톱모션 애니메이션 기법으로 다시 영상으로 작업했다. 직접 니팅 기계를 작동하면서 만든 “저화소” 이미지의 말의 영상을 통해 그가 오마쥐를 한 사진작가는 에드워드 마이브리지이다. 달리는 말을 여러 지점에서 연속촬영해서 영상필름의 시발점을 제공한 에드워드 마이브리지의 “달리는 말”이 다시 아날로그화도어서 낮은 픽셀의 컴퓨터 영상인 것 처럼 직물로 환생했다.
데이브 린치도 영국태생의, 미국으로 이민을 갔던 에드워드 마이브리지의 영상을 레이져로 작업했다. 데이비는 실재로 날으는 비행기에서, 달리는 릭쇼에서 이 레이져를 구름이나 안개에 투영하는 여러가지 실험을 하고 있다. 그 때 사용하는 기구는 정지 사진의 일련을 재빨리 보여주기위해 발명되었던 초창기 조명 프로젝션의 기구, 주프락시스코이다. 이 디자인을 고대로 본따고 과학자들과 연구한 렌즈와 레이져를 통해서 최종목표는 구름에 에드워드 마이브리지의 “달리는 말”을 쏘는 것이다. 크리스탈라이즈 전시장 안에서 그는 지금까지의 연구결과를 직접 설명하며 작품을 작동해서 관객들에게 보여줬다.
이런 예술과 과학의 협업을 보여주는 작품은 유머스러운 작품들에서도 빛났다.
가장 백남준작가의 정신에 가장 가깝다는 평을 받는 제레미 베일리는 자신이 좋아하는 텔레비전 체널을 얼굴에 악세사리처럼 쓰고 있는 퍼포먼스 작품이다. 페이스북과 같은 소셜네트워크를 이용해 자신이 좋아하는 영상과 이미지를 올려 자신을 알리는 현 세태를 코믹하게 꼬집는다. 언뜻 웃고 넘어갈 수 있는 코믹한 요소를 포함하고 있지만 그의 작품 뒤에는 최첨단 자동차 원격 조정 기술에 쓰여지는 실제 얼굴인식장치 소프트웨어를 사용했다.
전상언 작가는 소셜 네트워크의 트래픽을 조사해서 이의 수치를 3D 프린팅으로 만든 키보드에 대입했다. 가장 높은 트래픽을 자랑한 페이스북은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으로 보여졌고, 그가 만든 영상 트레일러는 직접 프로그래밍한 소프트웨어를 통해 자동 생산된다.
지나 쟈네키의 영상과 설치는 이미지, 질병, 진화, 유전학 연구 그리고 발전된 첨단 기술을 이용한 이미지의 생산에 대하여 인간관계를 강조하며 표현된다. 쟈네키의 ‘Palaces’는 생물학자, 컴퓨터 프로그래머, 음향 작가와 함께 작업하였고, 싸이언스뮤지엄에서 커미션했던 작품이다. 성은 수백개의 아이들의 이빨이 박혀있는데, 실재로 유치는 줄기세포 연구에 핵심이 되고, 미래에 불치병을 고치는 것에 단서가 될 수 도 있는 연구의 중요한 부분으로서 지나의 비젼과 모이는 유치속에 계속 자라나는 오가닉한 성이다.
이번 전시의 핵심 화두였던 예술과 과학의 조화와 전시의 제목은 세미컨덕트의 작업에서 영감을 받았었다. 그들의 작품을 보고있으면 과학자들이 자신들의 연구결과를 하나의 문학으로 표현할 때 갖는 한계를 어떻게 예술가들이 다르게 표현할 수 있는지 그 결과를 보는 듯 하다. 또한 거대한 지각변동과 보이지 않는 다른 큰 힘을 예측하는 예술가의 위치에 대한 이번 전시의 주장도 담고 있다. 스미소니안 미술관이 커미션에 시작한 세미컨덕트의 작품은 “Making the World”. 20미터가 넘는 대형 스크린 3개를 통해서 보여진다. 에쿼도르의 살아있는 화산을 연구하는 과학자들과 지질학자들과 같이 생활하며 찍은 다큐멘터리들과 그들의 연구는 예술가를 통해서 재해석되고 이 작품은 전시 전 공간에 보일 수 있도록 설치되었다. 전시 공간보다 한 층 아래이지만 유리을 통해 어디서나 볼 수 있고 정중앙에 설치된 이 작품의 정확한 관람을 위해서는 관객들은 한 층 더 내려가서 6개의 스피커의 음향을 통해 집중적으로 작품을 관람해야한다. 화산 폭발이 시작하면 땅이 갈라지고 움직이고 엄청나 열로 인해 산이 녹는 듯한 착시현상을 느끼면서 화면은 CG이미지를 통해 화산 내부의 격동하는 지각변동을 보여준다. 과학적 실험과 결과를 토대로 한 데이타가 예술적 상상력을 통해서 어떻게 바뀌었는지 거대한 서사시로 표현되었다. 기술적 상상력을 예술적으로 승화시킨 작업에서 나오는 세미콘덕트의 작품은 사람들이 인지하지 못하는 자연현상에 대한 과학적이면서 예술적인 해석을 보여주는 새로운 창작력을보여준다.
이번 전시의 개막식에는 영국 BBC 방송의 앵커 댄 데이먼이 사회를 보고, BBC world service를 통해 큐레이터와 작가들의 인터뷰가 실렸다. 또한 지난 수년간 베니스비엔날레 영국관 커미셔너이자 브리티쉬 카운슬의 시각미술국장 안드레아 로즈가 크리스탈라이즈 전시가 영국의 다른 도시와 한국에서도 열렸으면 좋겠다고 서문을 보내왔다. 실험실의 분위기로 짧게 관객들을 찾아간 전시였지만, 안드레아 로즈의 바램처럼 이번 전시가 한국의 창조산업의 앞날을 위해 백남준처럼 미래를 예견하고 상상력을 불어넣는 예술가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메시지를 더넓게 전달할 수 있었음한다.
1) Jeremy Bailey_The Future of Television_ size variable_2012
2) 박제성 Je Baak_Je Baak_ The structure of | multi channel LCD monitor installation | about 9min (looped) | 2010The structure of _2010
3) 백남준 Nam June Paik_ Documenta 6 Satellite Telecast_ size variable_1977
4) 지나 쟈네키 Gina Czarnecki_ Palaces _ size variable_2012
5) 그리치 GLTI.CH_ GLTI.CH Portals_size variable_2013
6) 전상언 Sangun Jeon_Trailers Archive_size variable_2011
7) 김아영 Ayoung Kim_Please Return to Busan Port, size variable, 2012
8) 김기라 Kira Kim_
The sole_ Customer-Government-Personal Two channel video project < London – Beijing – Tokyo>
_size variable_2004-2005
9) 김수희 Suhee Kim_Text Meaning Image_size variable_2013
10) 테리 류 킴 Terry Ryu Kim_ Screening Solution IV_size variable_2013
11) 이이남 Leenam LEE_Battle of Seolmari_size variable_2013
12) 데이브 린치 Dave Lynch_ Project Nimbus_size variable_2013
13) 샘 미치
Sam Meech_ Knitted Horse In Motion _size variable_2013
14) 데이빗 오글 David Ogle_ 08024_size variable_2013
15) 세미콘덕터 Semiconductor_ Worlds in the Making_size variable_2011
16) 폴 설리반 “누들 바”
김승민 큐레이터 글 (by Stephanie Seungmin Kim)